다양한 작품세계와 이야기가 있는 조각가

1. 첼리니의 다양한 작품세계와 이야기

이 시기의 대표적인 미술가는 피렌체의 조각가이자 금세공사인 벤베누토 첼리니였다. 첼리니는 자신의 생애를 기록한 유명한 자서전 에서 그 시대의 생활상에 관한 매우 다채롭고 생생한 자료들을 제공해주었다. 그는 거만하고 잔인하며 허영심이 많은 사람이었으나 마치 뒤마의 소설을 읽고 있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아주 재미있게 그의 모험담을 들려주기 때문에 그에게 화를 낼 수가 없다. 허영심과 자만, 그리고 안절부절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한 궁전에서 다른 궁전으로 이동해 다니며 싸움도 하고 명성을 얻기도 한 첼리니는 정말로 그 시대가 낳은 인물이었다. 그에게 있어 미술가가 된다는 빌라로톤이다. 단순히 존경받고 점잖은 공방의 주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군주나 추기경들이 다투어서 그의 호의를 구하고자 하는 미술의 대가가 되는 것을 의미했다. 지금까지 전해 내려오는 몇 안되는 그의 작품 중에 1543년에 프랑스의 왕을 위해 만든 금제 소금 그릇이 있다. 첼리니는 이 작품에 관해서 상세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에게 감히 작품의 주제를 제시한 두 사람의 유명한 학자들을 그가 어떻게 꾸짖었으며, 땅과 바다를 표현하기 위해서 그 자신이 고안해낸 것을 어떻게 밀랍으로 모형을 만들었는지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땅과 바다가 서로 침투하고 있 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두 인물상의 다리가 서로 맞물리게 했으며 남자로 표현 된 해신은 소금을 충분히 담을 수 있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배를 잡고 있으며, 그 밑에 네 마리의 해마를 배치하고 그에게 삼지창을 쥐어주었다. 아름다운 여인으로 표현한 대지의 여신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아름답게 만들었으며 그 옆에 후춧가루를 담을 수 있는 풍부한 장식의 신전을 놓았다.

2. 인체를 기묘한 방식으로 표현하는 첼리니

그러나 이 모든 교묘한 창안은 첼리니가 왕의 금고에서 금을 운반해오다가 네 명의 강도에게 공격을 받았으나 혼자서 그들을 물리쳤다는 이야기보다는 재미가 덜하다. 첼리니가 만든 매끈하고 우아한 인물 모습은 약간 지나칠 정도로 정교하고 장식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사람들에게는 이 작품이 가지고 있지 못한 건강한 활기를 이 작품을 만든 사람은 충분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한가닥 위안이 될지도 모르겠다. 첼리니의 태도는 그전 세대가 했던 것보다 더 흥미있고 비범한 것을 만들려는 당대의 불안정하고 열광적인 노력들을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우리는 이와 동일한 정신을 코레조의 제자였던 파르미자니노의 작품에서 찾아볼 수 있다. 어떤 사람들은 그의 성모상이 성경에 나오는 주제를 가식과 지나친 기교로 처리하였기 때문에 비위에 거슬린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작품에는 라파엘로가 이 테마를 다루었을 때 보여준 단순함과 자연스러움이 전혀없다. 이 작품은 일명 긴 목의 마돈나라고도 불리는데 그 까닭은 이 화가가 성모를 자기 나름대로 우아하고 고상하게 표현하려고 애쓴 나머지 성모의 목을 마치 백조처럼 길쭉하게 그렸기 때문이다. 그는 인체의 비례를 기묘한 방식으로 길게 늘어놓았다. 길고 섬세한 손가락을 가진 성모의 손, 전경에 있는 천사의 긴 다리, 초췌한 표정으로 두루마리를 펼쳐보고 있는 비쩍 마른 예언자등은 마치 일그러진 거울에 비친 상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미술가가 무지하거나 무관심하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타나게 된 것은 아니다. 파르미자니노는 자기가 이처럼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진 형태를 좋아한다는 것을 열심히 보여주려고 했다. 이러한 효과를 보다 강조하기 위해서 그는 이 그림의 배경에 인체와 마찬가지로 이상한 비례를 가진 괴상한 모양의 높은 원주를 세워놓았다. 이 그림의 구도는 그가 종래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조화를 기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3. 현대미술가들의 인습적인 탈피

그는 인물들을 성모의 양쪽에 균등하게 배치하는 대신에 붐비는 천사들을 비좁은 왼쪽 구석에 몰아 넣고, 오른쪽은 넓게 터놓아 키가 큰 예언자의 모습 전신을 보여주고 있는데 거리 때문에 상대적으로 크기가 너무 작아져서 그 키가 성모의 무릎에도 채 못 미치고 있다. 만약 이것이 광기의 소산이라 할지라도 여기에는 분명히 하나의 일관성 있는 방법이 존재하고 있다. 이 화가는 정통적인 수법을 피하고 싶어했다. 그는 완벽한 조화에 관한 고전적인 해결 방식만이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려고 했다. 자연스러운 단순함은 아름다움을 이룩하는 한 가지 방법이지만 안목 높은 미술 애호가들의 흥미를 끄는 데는 여러 가지 간접적인 방법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택한 방법을 수긍하든 안 하든 간에 그의 자세가 시종일관 하다는 점 만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선배 거장들이 이룩해 놓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희생시키면서까지 무엇인가 새롭고 전에는 생각지 못했던 것을 창조하고자 모색했던 파르미자니노를 비롯한 그 당시의 모든 미술가 들은 아마도 최초의 현대적인 미술가들이었을 것이다. 나중에 살펴보게 되겠지만 소위 현대 미술이라고하는 오늘날의 미술도 이들처럼 분명한 것을 피하고 인습적인 자연스러운 아름다움과는 다른 어떤 효과를 이룩하고자 하는 욕망에 그 근본을 두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전 시대 거인들의 그림자에 가려져 있는 이 기묘한 시대의 기타 다른 미술가들은 선배들을 능가하려고 그처럼 절망적으로 노력하지 않았으며 평범한 수준의 기량과 솜씨에 만족했다. 물론 모두 다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들의 노력 가운데 몇몇 가지는 충분히 놀랄만한 것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 전형적인 예는 이탈리아 이름으로는 조반니 다 볼로냐 혹은 잠볼로냐라고 알려진 플랑드르의 조각가 장 드 불로뉴가 제작한 신들의 사자이다. 그는 여기서 불가능 한 것을 성취하고자 하였다. 즉 생명이 없는 물체의 무게를 극복하고 공중을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조각상을 창조하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어느 정도까지 성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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